1. 성산일출봉등산-성산일출봉 광치기해변방향 바다수영-종달리-세화-월정
새벽4시30분 기상이다. 첫날 공항이동을 위한 기상시간과 동일하다. 너무 피곤하다. 총사령관이 밉다. 일어나기 싫다. 그렇지만 나는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일찍 일어난 이유는 일출시간 05:12에 맞추어 성산일출봉에 오르기 위해서이다.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니 보슬비가 내리고 있다. 꿈만 같다. 어두워서 비가 내리는 지 보이지 않는다. 그냥 느껴진다. 일어나서 물도 못마시고 나왔다. 물 한 통 사려고 편의점을 찾았으나 문을 연 가게가 하나도 없다. 전혀 없다. 목이 마르다. 어찌 올라가나 싶다. 하지만 숙소에 다시 올라가기도 싫고 해서, 그냥 오르기로 했다. 더 이상 생각을 안하기로 했다. 한 걸음씩 발만 떼었다.
성산일출봉 입구 매표소에 직원이 없다. 길은 막혀있는데 사람들이 그냥 넘어간다. 아니면 내려오는 길로 살짝만 돌아가면 담을 넘지 않고서도 들어갈 수 있다. 입장료를 아꼈다.
본격적으로 성산일출봉을 오르기 시작했다. 10분 정도 오르다 보니 힘들어서, 아침에 깨울 때 일어나지 말 걸 그랬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고 마음이 달라졌다.
성산읍과 광치기쪽과 성산포쪽의 양쪽 바다의 멋들어진 풍경이 내 시야를 맑게하고, 내 마음마저 바꿨다. 역시 올라오길 잘했군. 조금씩 올라가며 풍경은 점차 더 넓게 볼 수 있었다. 새가 지저귄다. 나에게는 성스러운 산처럼 느껴진다.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오르자 마자 어떤 아저씨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포즈를 잡으라고 했다. 이 분은 현지인이다. 참 친절하시다. 말도 많으시다. 그래서 우리 뿐만 아니라, 우리 뒤에 올라오는 다른 팀들에게도 여러가지 조언을 해주고 사진기사 노릇을 자청해서 해주신다. 대단하신 분. 고마운 분. 건강하세요!
비도 오고 날이흐려 일출시간이 지나도 해는 볼 수 없다. 나는 성산일출봉에서 보는 일출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른 아침 성산일출봉 정상에 올라보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우리는 일출시간이 15분 정도 지났을때까지 해를 보지 못한채, 이제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내려가는 길은 옆에 다른 루트로 만들어져 있었다. 길을 잘 닦아 놓았다. 광치기해변쪽으로 치우친 방향인데, 멀리 섭지코지쪽 신양해변도 보여서 다른 경치를 구경하며 내려왔다.
내려와서는 숙소에서 잠시 한숨자며 쉬었다. 나는 누워는 있었지만 다시 잠이 들지는 않았다. 짧은 시간에도 잠이 들수 있으면 좋으련만. 총사령관은 잘만 잔다. 코도 곤다. 저 소리에 나는 더더욱 잠을 못잔다. 8시에 조식을 주신다고 하여 3층 식당으로 가서 기다렸다. 이곳 숙소의 위치는 정말 좋아서 풍경이 기가 막혔다. 잠시 기다리니 사장님 아주머니께서 오셔서 이런 저런 자기소개 및 자기가족소개 등을 해주셨다. 너무 많이 알게 된 것 같았다. 우리로 잠시 매해 자전거 타러 온다고 알려드렸다. 샌드위치와 감귤주스를 맛있게 먹었다.
숙소 앞 바다로 수영하러 나갔다. 그런데 이게 왠걸. 어제는 잔잔했던 바다가 오늘은 거세다. 파도가 세다. 물도 차갑다. 겁이난다. 우리는 한참을 발만 담그고 기다렸다. 바다가 잠잠해 지기를. 1분....5분....15분....30분....바다는 잠잠해지는게 아니라 내 마음과는 반대로 더 거세졌다. 계속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애석하게도 파도는 줄어들지 않았고, 바로 옆 다이버샵에서 사람들을 태운 배가 장비와 전문가들을 태우고 우리가 기다리던 선착장으로 부터 먼바다로 나갔다. 배가 사라지고 나니 멀리서 우리 모습을 애닳게 쳐다보던 해녀할머니들도 약30명 정도 무리를 지어 성산일출봉의 기슭으로 줄지어 걸어 가셨다. 우리는 하염없이 바다와 해녀할망들을 돌아보다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 잠깐 동안 바닷물에 다리를 담궜을 뿐인데, 찐득찐득해져 반드시 샤워를 해야했다. 상쾌하게 샤워하고 퇴실하였다.
성산일출봉의 뒤편으로 이동하여 우리는 멋진 한 컷을 남기고, 차라리 해녀들이 있는 이 곳이었으면 잠깐 수영을 즐길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해녀할망들의 허락을 받고 해야 했을 터라 이곳도 적절하지 않았다.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끝자락의 멋진 카페인 '오르다'는 운영사가 바뀌었는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 곁을 조심스럽게 지나고 잠깐의 오프로드 다운힐을 즐겼다. 솔직히 이런 모래와 자갈들로 미끌거리는 오프로드는 익숙치 않기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MTB를 타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리막을 시원하게 내려와 성성한을 지나며 앞으로 계속 우도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성산항을 탈출하면 성산읍 성산리에서 오조리로 지나게 된다. 그리고 조금 더 달려가면 구좌읍 종달리를 만나게 된다. 종달리는 이름처럼 약간 아기자기한 맛이 있지만 해변 쪽 보다는 내륙쪽으로 조금 들어가야 독립서점과 개성넘치는 카페들이 있다. 우리 자전거 길에서 멀어질 수는 없기에 우리는 다소 조용한 종달리 해변을 지나친다.
이후 바다와 절벽의 조화를 즐기다 보면 종달리와 하도리의 경계를 지나는 기다란 다리 양쪽에 얕은 모래사장과 바다가 펼쳐지는 멋지 장소가 나온다. 이곳은 용목개와당이라고 하는 바다저수지 같은 곳이다. 철새들이 많이 머무르는 곳인데, 뻘지역이라 조개 같은 것들도 많을 것 같다. 다리를 건너 말없이 한참을 달리며 바다와 나와 바람과 파도소리를 느꼈다.
한참을 달리면 또다시 멋진 바다뷰를 가진 연인들의 숙소가 여러채 나타나고 별방진이라고 하는 성벽같은 구조물을 지나게 된다. 또다시 남는 것은 바다와 나 자신이다. 곧이어 세화해수욕장이 나타나고, 우리는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나는 올해 2023년 1월에 이곳 세화에서 열흘 정도 처가 식구들과 가족여행을 왔었다. 그래서 내가 앞장서서 식당과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우선 정찰할 곳은 세화5일장이었다. 오늘은 장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로마트 구좌읍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거기 분식이나 끼니가 될 만한 것이 있을까 했다. 하지만 우리의 까다롭지 않은 취향조차 맞추기 버거운 조촐한 메뉴 밖에 없었다. 사실 나는 이때 약간 당황했다. 이곳에서 외식을 하지 않아서, 식당은 사실 몰랐다. 그래서 빠르게 네이버 검색을 한 결과, 우리가 이번 원정에서 먹지 않은 필수 메뉴인 갈치조림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았다. 그곳은 꽤나 인기가 있어서 손님도 많았다. 그렇다면 당연히 재료도 신선할 터였다.
소문대로 맛은 있었고, 배를 두둑히 채운 후 밖으로 나와서 한참을 가고 있었다. 아뿔싸! 그런데 돈을 내지 않은 것이다. 무전취식을 한 것이다. 식당은 손님이 나가도 돈을 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가 내고 왔어야 했는데, 깜빡한 것이다. 하지만 돌아가기에는 체력소진도 있을 것 같아서, 일단 전화를 했고, 다행히 계좌이체로 지불하였다. 우리가 전화했을 때도 우리가 무전취식을 했다는 것을 식당에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눈치였다. 엄청 정신이 없을 정도로 장사가 잘되나보다.
또 한참을 달리다 보면 평대해변이 나타나고, 이제 3일째 제주 바다를 보다보니 아름다운 풍경도 왠만해선 무심하게 지나치게 된다. 체력을 아끼고 내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우선인 때가 된 것이다. 한참을 가다보니 구좌읍 끝자락에 이전 바자회에서 갈치조림을 먹었던 어등포해녀촌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 주변에 차량이 많이 주차되어 있고, 물놀이 차림으로 아이들과 엄마, 아빠들이 돌아다녔다. 다름아닌 그곳은 물놀이터로 유명했던 코난해변. 이곳은 아이들이 있는 가족이 놀기 좋은 장소였다. 하지만 씻을 곳이 없는 우리에겐 역시나 좋지 않은 장소였다. 아쉽지만 이곳도 눈으로만 잘 구경하고 패스.
이제 조금만 달리면 월정리 해수욕장이다. 역시 월정리는 젊은이들의 해변이다.
밥도 먹었겠다, 우리는 이곳의 멋들어진 카페들 중 하나에 잠시 쉬다가기로 결정했다. 나는 달달구리한 음료를 시키고, 찬란하게 빛나는 해변과 젊은 서퍼들을 바라보며 잠깐의 휴식을 즐기다 보니, 살짝 졸음이 왔다. 빛이 너무 밝아서 머리에 두르고 있던 헤어밴드로 눈을 가리니 바로 낮잠에 빠져들었고, 잠깐이지만 꿈만 같은 휴식을 즐겼다.
노곤했지만 어느 정도 회복된 몸을 일으켜 다시 달리다가 잠이 덜 깼는지 자전거에서 자빠링했다. 주변에 사람이 많아 쪽팔렸지만 금방 일어나지 않고 어느 정도 몸의 상태를 느끼며 이상이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 일어났다. 나중에 확인해도 아무데도 다치지는 않았다. 자동차는 많이 다니고 자전거 길과 인도는 좁아서 사람을 잘 피해 가려다가 경계에 세워진 봉을 스치면서 움찔하다가 넘어졌다.
조금 달리다 보니 김녕해수욕장이 나왔다. 이곳은 항상 모래가 쓸려내려 갈까봐 비닐로 덮어놓았다. 바람이 센 곳이라 윈드서핑을 많이 하는 곳이다. 나는 바람이 센 것을 싫어하지만 이 곳에 와서 윈드서핑을 지켜보는 것은 좋아한다. 물론 차 안에서 보면 바깥 날씨와 전혀 무관하게 멋진 쇼를 보는 것 같아서 기분 만점이었던 경험이 있다.
김녕이라는 지명도 특이하지만 성세기 해변이라는 이름은 왜 덧붙여져 있는지 모르겠다. 검색을 해보니 아래와 같다.
"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이 한문 평(平) 자를 이룬 모양을 하고 있어 ‘김녕’이라고 불리는, 김녕마을에 있는 해수욕장이다. 거대한 너럭바위 용암 위에 모래가 쌓여 만들어졌으며, 성세기는 외세의 침략을 막기 위한 작은 성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하얀 모래에 부서지는 파도들이 시원한 소리를 내고, 코발트빛 바다 풍경이 제주 자연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해변가를 걷다 보면 제주의 바람으로 돌아가는 김녕풍력발전기들을 관찰할 수 있다. 인근에는 갓돔과 노래미 돔이 잘 잡히는 갯바위 낚시터가 낚시꾼들에게 인기 명소이며, 용천동굴, 당처물 동굴, 만장굴 등 다양한 굴이 근처에 위치해 있어 여름에 시원하게 피서를 즐길 수 있다.
김녕해수욕장은 특이한 지형으로 인해 지질트레일도 조성이 되어 있는데, 지질트레일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을 활용해 각 지역의 지질자원과 마을의 역사 및 문화와 어울려진 도보길이다."
- 출처: 대한민국 구석구석, 제주관광공사 등 여러 사이트 - 원작자가 누군지 모르지만 모두 동일하다.
김녕이라는 의미가 제주 방언으로 평안하고, 넉넉하다는 의미인가 보다. 김녕굴 등 만장굴 등과 같이 용암동굴을 이루고 있는 지형으로 이루어진 장소이다. 우리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는 것 보다 지하세계가 더 멋진 장소인 것 같다.
김녕 읍내를 한참 지나다 보면 서우봉이 있는 함덕이 나온다. 이곳은 소노벨이 있어서 가족단위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장소이다. 제주공항에서 멀지 않은 위치라서 더욱 접근성이 좋았지만, 나는 이제까지 이곳을 방문했던 적이 없었다. 합참차장이 가족여행 후 추천했던 장소이고, 총사령관도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어서, 이번에는 서우봉 트래킹을 제안했고 서우봉 입구에 자전거를 주차했다. 주차한 장소는 바로 캠핑장이 있었고, 텐트를 치는 사람, 걷는 사람들이 섞여 있었고, 바로 앞은 백사장이라 캠핑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환상적인 장소였다.
우리는 이 곳이 물놀이 하기에 정말 멋진 곳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날렸다. 따봉~!
서우봉의 해안쪽을 보기위해 낮은 길로 가다보니 길이 없어지고 바위와 물가에서 스노클링 하는 사람들만 있었다. 우리 앞에 등산복장의 아주머니 2명이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졌다. 그래서 없어진 자리로 가서 서우봉 위쪽으로 계속 올라갔다. 가도가도 산비탈이었고, 점점 절벽이 되었다. 수풀이 우거져서 반바지를 입은 나는 다리가 쓸려 죽을 지경이었다. 그나마 총사령관은 긴바지여서 앞장서서 길을 터 주었다. 천신만고 끝에 한참 위에서 등산로를 만났는데, 반바지에 길이 없는 수풀을 헤치고 절벽을 기어 올라온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한심했다. 그래서 더이상 아무 생각을 안하기로 했다.
함덕해수욕장은 꽤나 길었고, 아이들과 놀기에도 좋고, 서우봉 둘레에는 스노클링하기에도 너무 좋아 보였다.
함덕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슬슬 출출해지고 지난 추억도 있는 버거307 제주함덕점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우리는 매콤한 흑돼지버거와 시원한 맥주 한 잔을 하였다.
이제 함덕을 지나고, 조천을 지나서, 이제 제주시로 들어섰다. 삼양 검은모래 해변은 비행기 탑승시간에 쫒겨서 지나치기 일쑤였는데, 이번에는 여유가 있어서 총사령관이 추천하는 멋진 뷰를 가진 카페에서 달달구리로 한 잔 했다.
누군가 이 글을 읽는다면 계속 추억팔이만 한다고 욕할 수 있지만, 이곳은 나에게 처음 가보는 곳이고, 총사령관은 과거의 즐거운 기억을 공동체에 공유하는 기여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약간의 여유를 부리며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고, 또 가족단위 또는 친구들과 온 여행객들의 즐거운 한 때를 보며 대리 만족을 하고 있었다.
삼양해수욕장을 지나면 화북동을 지나 국립제주박물관으로 접어들어 오른쪽으로 꺾어 올라가면 사라봉이 나온다. 이곳은 마지막 다운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며 넓다란 제주항이 내려다보이는 절경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아! 또한 이곳에서 제주삼다수를 직접 마실수 있는 기회, 즉 사라봉 약수를 마실 수 있다.
마지막 다운힐을 시원하고 즐기고 나면 우리는 제주항 옆의 호텔이 줄지어 있는 삼도동을 지나 곧바로 용연계곡에 도착했다. 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곧이어 용두암에 도달했고, 즐거운 포토타임을 가졌다.
이후에 사우나에 가서 목욕하고 마지막 한 끼를 먹으며 우리의 성공을 자축하였다.
제주환상자전거길 인증센터
1. 용두암
2. 다락쉼터
3. 해거름마을공원
4. 송악산
5. 법환바당
6. 쇠소깍
7. 표선해비치해변
8. 성산일출봉
9. 김녕성세기해변
10. 함덕서우봉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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